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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는 '어린왕자'경희인의 서재/사서가 펼쳤던 책 2018. 11. 21. 16:25
어린왕자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힘들고 지친 어느 날 읽었던 어린왕자는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왕자라는 책이야 말로 성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1943년에 발표된 어린왕자는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심어주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왕자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 중 와 닿는 말들이 많다. 그 중 첫 번째는, 주인공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의 그림을 그렸지만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모자라고만 답을 한다. 이에 대해 주인공이 말하길 “어른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매번, 정말로 매번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라고 한다. 이것은 어쩌면 요즘 시대에 살고 있는 어른, 즉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한 것만 같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며,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라는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화가의 꿈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에게 어른들은 그림 말고, 차라리 지리나 역사, 셈, 문법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주인공은 초반에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상황을 통해서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꿈보다도 어른들의 이해타산 속 정형화된 꿈을 강요하는 요즘 현실을 꼬집는 것 같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린왕자는 장미꽃과의 대화 속 에서 솔직하게 느낀 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때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지 말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거였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주고 내 맘을 환하게 해주었는데,, 도망가서는 절대 안되는 거였어. 하찮은 꾀 뒤에 애정이 있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꽃들이란 모순덩어리거든!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사랑해줄 줄을 몰랐지.”
이 대사는 사랑에 서툴러 실수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야 했던 혹은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진한 여운을 주기도 한다. 나 또한 이 말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어렸을 적 풋내기 사랑은 행동보단 말에 무게를 두고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동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그런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보다 더 성숙된 인간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어린왕자는 여러 행성들을 여행하면서 행성에 살고 있는 ‘어른’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어린왕자가 찾아간 첫 번째 별에 있던 왕은 이런 말을 한다. “그럼 자신을 재판하면 되노라. 그게 가장 힘드노라. 다른 사람을 재판하는 것보다 자신을 재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노라. 정말 자신을 재판할 수 있게 되면 진짜 현인(賢人)이 될 것이로다.”
정말 나를 재판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된 사람’ 일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자기 잣대로 판단하여 말하고, 심판하는 데 있어서는 쉽다. 하지만 정작 나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임을 나타내주는 교훈적인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밖에도 명언과 명대사는 많이 있다. 그 중 내가 좋아하는 대사는 어린왕자와 여우와의 대화 속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한 말이다. “만약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리고 널 만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시가 되면,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게 될 거야.”
이 얼마나 멋진 말인지 모르겠다. 여우의 말처럼 누군가를 아끼고 좋아하게 되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다. 우리는 이런 순수한 행복감이 희소해져 가는 현실속에서 더욱 더 이런 것 들을 잃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요즘의 나는 삶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출근하는 동안에도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런 내 심경을 대변하듯 써 있던 어린왕자의 말 중 하나는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바쁘게 올라타. 하지만 자신들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그래서 불안해하며 제자리를 맴돌아...그럴 필요가 없는데...”라는 말이었다. 이 대사 한구절을 보는 순간 마음에 뭔지 모를 잔잔한 전율이 일었다. 이 속에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속에서 우리가 잠시 호흡을 멈추고,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진정 인생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과 어린왕자는 알고지낸 짧은 사이에 깊은 유대를 갖은 듯하다.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야만 하고, 주인공인 아저씨는 이미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어린왕자에게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안심이 되지 않는 일이다. 왜냐하면 길들여지면 울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관계에 길들여지게 되는 것은 멋진 일이면서도 동시에 슬픈 일인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길들여지는 게 좋은 것 같다.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모든 관계는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린왕자는 ‘어른’인 우리를 길들였고, 우리는 그 안에서 위로를 받았다. 이제 어린왕자의 영원한 친구로 남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않음으로써 오래토록 ‘어른’이 되지 않는 것이다.
작성자: 주제정보팀 김효은
사진출처: http://truthnlove.tistory.com/entry어린-왕자는-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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