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경희기록관)
2015년을 맞이하여 중앙도서관 블로그와 뉴스레터에서는 자랑스러운 경희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도서관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인물로 황순원 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할 정도로 잘 알려진 작가이자, 경희대에서 재직하며 경희사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경희대 출신 문인을 배출해 낸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황순원 작가는 1915년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출생하였고, 일본 도쿄로 건너가 극예술연구단체인 ‘동경학생예술좌’를 창립하고 그 곳에서 활동하며 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후에는 와세다대학 영문과에 수학하며 단편소설을 집필합니다. 1940년대에는 한글말살 정책으로 고향에 숨어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채 한글로 여러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전란에는 경기도 광주, 대구, 부산 등지로 옮겨가며 피란 생활을 했고, 이후 월남하여 서울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며 여러 단편과 대표적인 장편 <카인의 후예>를 발표하고, 이후 경희대학교 국문과에 안착하게 됩니다.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그가 시로 등단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요, 1930년부터 신문에 시를 발표하고 시인으로 활동하였고, 1931년 문학지 『동광』에서 <나의 꿈>이라는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등단하였습니다. 이후 소설 창작에도 관심을 가져, 1937년에는 <늪>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단편을 발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의 장편소설을 집필하였습니다. 시인에서 단편소설 작가로, 단편소설 작가에서 장편소설 작가로 확대 변화의 궤적을 보인 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순원 작가는 1957년부터 1982년까지 경희대학교 문리대 교수로 재직하였고, 그 이후 1992년까지 명예교수로 재직하였습니다. 무려 23년 6개월이라는 그 시간은 작가 본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기간이었습니다. 고고하고 꼿꼿했던 인품에 걸맞게 그 기간 동안 단 하나의 보직도 맡지 않은 채 평교수로 재직하며 전체 작품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단편과 주요 장편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한국 문학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많은 경희대 출신 문인들이 그를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전상국, 조세희, 한수산, 류시화, 정호승, 고원정, 이문재 작가 등이 모두 황순원 작가의 제자입니다. 작가로서의 자세뿐 아니라 훌륭한 인품으로 인해 많은 작가들이 그를 따랐다고 합니다.
또한 학교와 후학 양성에 깊은 관심을 가져, 1988년에는 개인 소장 도서 1,400여 권을 경희대학교에 기증하셨습니다. 초기에는 국문과 학생들의 연구에 활용하도록 문과대학 국문과에 비치하였다가, 이후 중앙도서관 내 기증문고실에 황순원문고를 별도 마련하여 비치 중에 있습니다. 청구기호에는 HW를 붙여 황순원 작가의 기증도서임을 별도로 표시하였습니다. 기증도서들은 폐가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도서 열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중앙도서관 열람과 (T.961-0074)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서 목록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황순원문고 도서목록.pdf

<경희대학교 재직시절의 황순원 작가 (가운데)>
(사진제공: 경희기록관)
작가는 오직 작품으로만 말한다고 생각한 황순원 작가는 가급적 잡문은 쓰지 않으려 했고,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1996년에는 정부가 수여하려던 ‘은관문화훈장’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부했습니다. 심사위원에 따라 수상자가 정해지는 우리나라 문단에서, 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에도 제자의 작품이 최종심에 오르면 다른 심사위원에게 결정을 맡기거나 제자이기 때문에 더욱 단호하게 탈락시켰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본인을 포함한 다른 이의 후광을 얻어서는 작가로 성장할 수 없고, 유명세를 잠시 탄다고 하더라고 그 한계를 드러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한 것입니다.
황순원 작가의 작품 세계에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의 주인공들이 모색하는 가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기 보다 인간 개인의 책임과 가치에 좀 더 무게가 실려 있고, 작가 본인도 인간 존재 본연의 의미탐구에 천착하며 글을 써 왔습니다. 고희기념 문집에서 본인이 아래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진정한 작가나 시인이 자기는 문예사조의 어느 주의를 신봉한다든가 무슨 주의자라고 자처하는 걸 나는 믿지 않는다.
그것은 예술가가 정말로 자신을 어떤 틀 속에 옹색하게 가둘 리가 없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말과 삶과 자유. 황순원 |
문학과지성사는 1980년부터 1985년까지 황순원 작가가 발표한 글을 모아 『황순원 전집』을 기획, 발간하였습니다. 총 12권으로 기획된 전집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작가 생전에 발간된 본 전집은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소설 1편, 장편소설 1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후에는 제자들에 의해 초기 작품 71편이 발굴되었습니다.
::황순원 전집 목록:: [도서관 검색결과 바로가기]
전집 연번 |
제목 |
1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1999-06-29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독 짓는 늙은이, 별 등 특유의 절제되고 간결한 문장으로 서정적...
|
2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1981-05-01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해방 후의 혼란과 6.25의 수난, 그 소용돌이 속의 고통스런 ...
|
3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2005-06-30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6.25가 한국인에게 남긴 의미와 영향, 상처 등 전쟁의 부정적...
|
4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2004-03-16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40대 중반에 씌어진 이 중단편들의 모음은 작가 자신의 안과 밖...
|
5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2014-11-27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일제말의 수탈과 분단의 슬픔에 이르기까지 민족적 비극과 싸워야 ...
|
6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1976-03-01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황순원 전집」 제5권 황순원 소설집 『탈. 기타』. 이 소설집...
|
7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주) | 1999-05-13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전쟁의 후유증을 앓는 고아원의 소년들, 관리인 홍집사 등 다양한...
|
8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1990-06-1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6 25이후의 격심한 사회 변화와 계층 이동을 한 가족의 갈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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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
10 |
|
11 |
- 저자
- 황순원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주) | 1985-03-01 출간
- 카테고리
- 시/에세이
- 책소개
- 소설가로 전향하기 이전에 이미 두 권의 시집을 냈고 중년기 이후...
|
12 |
- 저자
- 오생근 지음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주) | 1983-11-01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50년 동안의 창작 생활을 통해 한국 소설 문학의 정통성을 개발...
|
황순원 작가는 2000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듬해인 2001년, 황순원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 정신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심화,확산시키기 위해 황순원 문학상이 제정되었습니다. 소설 부문의 문학상으로 1년간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가장 좋은 작품을 선정해 수상합니다. 2014년에 15회를 맞이하였고, 수상작이 없었던 8회를 제외하고 14회에 걸쳐 수상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아직까지 경희 동문의 수상 이력은 없는데요, 쟁쟁한 문인들을 많이 배출해온 경희대학교인 만큼, 경희 문인의 수상 소식을 기다려 봐도 좋을 듯 합니다.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도서관 검색결과 바로가기]
회 |
수상년도 |
작가 |
작품 |
제1회 |
2001년 |
박완서 |
- 저자
- 박완서 지음
- 출판사
- 중앙엠앤비 | 2001-09-2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황순원 선생의 문학적 업적...
|
제2회 |
2002년 |
김원일 |
- 저자
- 김원일 지음
- 출판사
- 중앙M&B | 2002-10-0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김원일 중편소설 손풍금은 분단을 소재로 한 또 한 편의 역작이라...
|
제3회 |
2003년 |
방현석 |
- 저자
- 방현석 지음
- 출판사
- 랜덤하우스중앙(중앙M&B) | 2003-09-30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중앙일보사와 문예중앙이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문학상을 제정하였...
' |
제4회 |
2004년 |
김영하 |
- 저자
- 김영하 지음
- 출판사
- 문학동네 | 2010-02-16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여전히 경쾌하고 웃음 터뜨리게 하는 유머가 살아있지만 삶에 대한...
|
제5회 |
2005년 |
김훈 |
- 저자
- 김훈 외 지음
- 출판사
- 랜덤하우스 | 2005-09-20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내 아파트에 오는 날이면 언니는 늘 베란다 창문 앞 테이블에 앉...
|
제6회 |
2006년 |
구효서 |
- 저자
- 구효서 지음
- 출판사
- 중앙일보 | 2006-09-22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제6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수상작인 구효서의 명두를 비롯하...
|
제7회 |
2007년 |
김연수 |
|
제8회 |
2008년 |
수상자 없음 |
- 저자
- 정미경 지음
- 출판사
- 중앙북스(주) | 2008-09-2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86620 296쪽 | A5신 책 소개 수상작을 내지 못해 수상...
|
제9회 |
2009년 |
박민규 |
- 저자
- 박민규, 은희경, 전성태, 배수아, 김숨 지음
- 출판사
- 중앙북스 | 2009-09-22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21세기를 맞아 제정한 황순원문학상이 아홉 해를 맞이했다. 우리...
|
제10회 |
2010년 |
이승우 |
- 저자
- 이승우, 강영숙, 권여선, 김애란, 박성원 지음
- 출판사
- 중앙일보 | 2010-11-30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제10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내며 황순원문학상이 올해로 ...
|
제11회 |
2011년 |
윤성희 |
- 저자
- 윤성희, 권여선, 김이설, 박형서, 성석제 지음
- 출판사
- 문예중앙 | 2011-10-20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제11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내며황순원문학상이 올해로 1...
|
제12회 |
2012년 |
김인숙 |
- 저자
- 김인숙, 김경욱, 김숨, 김애란, 박형서 지음
- 출판사
- 문예중앙 | 2012-10-2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제12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내며황순원문학상이 올해로 1...
|
제14회 |
2013년 |
하성란 |
- 저자
- 하성란, 권여선, 김이설, 박솔뫼, 손홍규 지음
- 출판사
- 문예중앙 | 2013-10-25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제13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펴내며황순원문학상이 올해로 1...
|
제15회 |
2014년 |
은희경 |
- 저자
- 은희경 지음
- 출판사
- 문학동네 | 2014-02-26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인 작가 은희경,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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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문학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양평에 위치한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http://www.sonagi.go.kr/)을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소나기마을은 기존의 문학관의 형식에 그치지 않고 소설의 의미를 되새기며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공원이기도 합니다. 황순원 작가는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묘사가 많아 시각적 심상이 뛰어난 작품을 많이 창작했기 때문에, 가기 전엔 학창시절 배웠던 소나기나 다른 작품들을 다시 한 번 읽고 소나기 마을을 방문한다면 소설을 주제로 꾸며 놓은 길을 따라 산책을 할 때, 문학적 세계를 음미하는 층위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저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옴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나기. 황순원 |

::사진설명: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순원문학관/너와 나만의 길/황순원 묘역/소나기광장
(사진 출처: 황순원 소나기 마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