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이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더 큰 스케일로 돌아왔습니다. 원판을 따라가는 후속편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은 우리가 더 넓은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식의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신상을 대신하다

10월 5일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님은 피렌체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으로 ‘도서관’을 꼽습니다. 바로 ‘라우렌치아나’라는 이름의 도서관이지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르네상스 이전 중세시대는 암흑기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말 그대로 지식이 소수에게만 독점된 시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암흑기(Dark Ages)는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476년부터 르네상스 이전인 14세기 후반까지를 일컫습니다. 한 명의 영주 밑에서 생활하는 일반 농민이나 농노는 물론이고, 지배층도 문맹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세 시대에는 글을 아는 성직자, 수도사들이 글을 대신 읽고 썼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직자들은 자기들의 입맛대로 성경을 해석하고,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존재했던 논리나 철학은 자취를 감춥니다. 이런 중세 시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유명한 소설도 있죠. 바로 ‘장미의 이름’입니다.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세에는 글을 알았던 성직자와 수도사들이 책을 독점했고, 지식을 독점했습니다. 도서관도 수도원 안에 있었죠. 하지만 여러 번의 종교 개혁, 일곱 차례에 걸친 십자군 전쟁을 통한 동쪽 세력과의 접촉, 지중해 무역의 발달로 인한 상인계층 성장 등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이런 암흑기는 점점 베일을 벗습니다.

 

서서히 유럽은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되죠. 이 시기 몇몇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텍스트를 접함으로서 과학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을 가져옵니다. 이제 더 이상 지식은 수도원 안에서만 꽁꽁 감춰진 신비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르네상스하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탈리아를 떠올립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죠. ‘메디치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두오모 성당’ 등이 그것들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대표적인 도시국가 피렌체에는 ‘라우렌치아 도서관’ 이외에도 메디치가가 1444년에 건립한 이탈리아 최초의 공공도서관인 ‘산 마르코(San Marco)’ 도서관이 있습니다. 메디치가는 학자들의 왕성한 연구를 위해 도서관을 통해 많은 자원을 제공했습니다. 알쓸신잡에서 볼 수 있듯이 라우렌치아 도서관에는 신상이 있어야 할 위치에 책들이 빼곡히 자리해 있는데요, 더 이상 신이 사람들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아닌 텍스트와 그 텍스트가 창출하는 ‘지식’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공도서관, 영역의 확장

산 마르코 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이었다고는 하지만, 이 당시 ‘공공’이라는 개념은 성직자, 귀족, 부유한 상인들에게만 한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일컫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제한되어 있었죠.

 

또한, 중세 시대 후반에는 옥스퍼드, 캠브리지, 볼로냐 대학교 등의 여러 대학이 발전하면서 그 안에서 수업에 필요한 교재를 빌리거나, 강의를 필사한 노트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도서관)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당시 대학 도서관도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모든 시민이 동등하게 지식을 점유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공공도서관 개념은 옛날 ‘공공’의 개념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 개념이 더욱 확장되었죠. 오늘날의 공공도서관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공도서관, 변화하다

처음 미국에서 시민들을 위한 무료 도서관이 나타나게 된 것은 1850년대였습니다.그전까지는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소정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도서관인데 비용을 지불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나요? 하지만 이민자들이 점차적으로 유럽에서 넘어오고, 산업 또한 발달하면서 다양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 지식을 얻기 위한 자원들은 도서관에 있었지요. 또한,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국가였기 때문에, 그들을 하나로 통합할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것은 일반 대중을 미국의 충성스런 시민으로 교육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문맹이 굉장히 많았지만 그들의 정치 참여가 필요했기에 교육운동의 일환으로 공공도서관 운동이 미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도서관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리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층의 영역이 확대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은 쉼의 장소인 동시에 지식을 탐구하는 장소, 그리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공공도서관, 벼랑 끝에 서다!

우리나라도 현재 많은 공공도서관이 있습니다. 유명한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하여 서울 정독 도서관, 남산도서관, 그리고 최근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죠. 대표적으로는 ‘쇼핑몰 속의 도서관’ 컨셉을 지닌 ‘별다방 도서관’과 LP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공간인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느 나라든지 간에 공공도서관은 큽니다. 보통 3,4층 이상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층마다 그 안에 여러 공간들이 있죠. 하지만 90년대 초, 우리나라에는 공공도서관의 수가 적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적절한 정보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기 어려운 환경이었죠. 사람들은 공공도서관에 가기 위해 일을 쉬는 주말을 주로 이용해야 했고, 주거 지역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도서관의 경우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 시간을 내서 가야만 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작은 도서관’입니다.


 

#작은도서관?

‘작은도서관이면 크기가 작은 도서관인건가?’ 하고 의아해하실 분들도 여럿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크기가 작은 것도 작은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죠. 하지만 더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작은 도서관이 그곳을 방문하는 지역 주민들의 ‘생활밀착형 도서관이라는 것입니다.

 

공공도서관은 일반적으로 주말에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은 사뭇 느낌이 다른데요, 곳곳에 숨어있다 보니 주민들은 다른 곳을 가다가 잠깐 들를 수도 있고, 맞벌이 가정인 경우 아이들 스스로 그곳에 가서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과 근접한’ 생활 밀착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작은도서관 수만 해도 6,495개, 이 중 서울에만 1,016개, 그리고 우리 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동대문구에는 30개나 숨어 있답니다.


  

많은 분들이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작은도서관은 공간이 협소하죠. 작은도서관의 시설 및 자료 규정에 따르면 33제곱미터 이상의 면적 ②최소 6석의 열람석 ③최소 1000권의 장서만 있으면 됩니다.

 

1000권의 장서만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는 경희대학교 중앙자료실의 1,353,108권(경희대학교 홈페이지 도서관 통계 2017년 참고)의 책에 비하면 가히 비교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는 선택권이 많아질수록 특정한 것을 고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정 내리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도 있습니다. Barry Schwartz의 '잼 실험'이죠. 한 마트는 6가지의 잼을, 다른 마트는 24가지의 잼 시식회를 열어서 실제 판매 된 잼의 수치를 측정했죠. 6가지를 진열한 마트는 30퍼센트, 24가지의 잼을 진열한 마트는? 3퍼센트라는 매우 낮은 수치의 판매를 보였습니다. 이 실험은 선택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쩌지?’등의 고민을 하면서 괴로워한다고 주장합니다.

 

Barry Schwartz(Paradox of Choice Ted Talks) - 선택의 역설


 

오히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더라도 확실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죠. 이와 마찬가지로 책이 아무리 많아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실제로 대출해서 읽는 수가 엄청 많은 것도 아니고, 주로 대출하는 책을 유심히 살펴보면 비슷한 주제나 장르의 책을 읽는 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실제 우리가 보는 책, 원하는 책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적지만 엑기스만!

여기서 작은도서관의 장점이 빛을 발합니다. 작은도서관은 앞서 언급했듯이 장서가 적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오는 장점이 있죠! 바로 엑기스만 뽑아놓는 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서들은 끊임없는 고민을 하죠.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 주민들이 참여를 많이 할까?’

‘어떤 책을 구비해야 이용률이 높아질까?’

‘이 지역 주민들의 성향에 맞는 서비스가 뭐가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작은 공간에 양질의 책, 핫한 도서들을 구비해 놓습니다. 공공도서관에서도 전시실에서 그 때 그때 테마에 맞는 전시를 하거나 정기 영화를 상연 하는 것처럼 작은 도서관에서도 여러 프로그램, 낭독회, 강연을 진행합니다. ‘초록리본도서관’(서울 마포구 위치)에서는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라는 책에 대한 강독모임을 진행하기도 했고,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도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맘카페’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공고를 올리면 30분 만에 신청이 마감되기도 한다고도 합니다.

 

아마 ‘작은 공간’이라는 특징에서 오는 친밀감과 아기자기함도 주민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는데 한 몫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작은도서관은 거창하지 않게,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학교 근처에도 작은도서관이 있을까?

앞서서 동대문구에는 30개의 작은도서관이 등록되어 있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어디에 숨어 있는지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경희대학교 가까이에는 위와 같이 총 5곳의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문어린이도서관(숲속작은도서관)

주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천장산로9길 68(고황경로당) 구립이문어린이도서관

번호: 02-968-7538

보유도서: 5,713권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soopbook/

 

#꿈마루 도서관

주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55(동안교회 선교센터)

번호: 070-7457-1190

보유도서: 16,900권

홈페이지: dongan.winbook.kr/library.org

 

#다양한문화가모이는 어린이도서관

주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 3, (회기동) 민족통일빌딩 5층

번호: 02-965-7530

보유도서: 28,565권

홈페이지: www.modoobook.org

 

#작은도서관 책놀이터

주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외대역동로 61-1 1층

번호: 02-6383-2314

보유도서: 8,245권

홈페이지: www.libplay.tistory.com

 

#휘경2동 꿈빛누리 작은도서관

주소: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한천로 329(휘경2동 주민센터) 주민센터 4층

번호: 02-2171-6456

보유도서: 6,470권

주소: www.ddm.go.kr

 

비록 소장하고 있는 책이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보다 적다고 하더라도 등하교길 오며가며 들러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거주지 곳곳에도 그냥 지나친 작은도서관들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지요.


사진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2376709

 

위의 시는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 주변의 작은 도서관들. 자세히 보고, 오래 봐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우리가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긍정적인 변화가 봄처럼 어느 순간 찾아올 것입니다.


작성 :경희대 중앙도서관 학술연구지원팀

지여경


참고자료


인터넷/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http://www.smalllibrary.org/


Barry Schwartz, 「The paradox of choice」강의

http://www.ted.com/talks/barry_schwartz_on_the_paradox_of_choice.html

 

도서/

곽철완, 도서관의 역사, 조은글터, 2012


논문/

박정숙, 2013, 작은 도서관을 말하다, 디지틀도서관, 70권 0호, 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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