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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융합적 사고와 대구(大口)_김양균 (학생처장, 경영대학 교수)도서관 칼럼 2016. 3. 7. 15:20
최근 대학 교육의 화두는 과학적 문화와 인문학적 문화의 합류(융합)로 창의와 잠재력의 확충입니다.
이 시대에 문화, 국가, 제도의 경계와 구별은 자기 진화 논리 앞에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김양균 교수님은 물고기 “대구”를 통해 융합의 담론을 쉽게 풀어 말씀해 주십니다.
융합적 사고와 대구(大口)
김양균 (학생처장, 경영대학 교수)
요즈음 학문간 융합, 다학제 교육, 통섭이라는 이름으로 학문간 연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학문간 융합은 정의하는 주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 교수 또는 연구자는 전문적인 지식을 상호 활용하는 것이라고,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라고 접근할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은 다전공, 복수전공 등으로 접근할 것이다. 기업에서는 공학을 전공한 사람의 경우, 인간의 본질 또는 감성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문학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학문간 융합은 제각각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학문간 융합을 통해 학생들이 융합적 사고를 하게끔 만들어야겠다는 것에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교육학 전공자도 아니고, 철학 전공자도 아닌, 경영학 전공자인 내가 생각하고 있는 융합적 사고를 증진시키기 위해 학부생들에게 필요한 학문간 융합에 대해서 겨울철 별미인 생선 대구를 가지고 표현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대구를 떠올리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대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가 추운 겨울에 끓여주시던 시원한 대구탕을 떠올리면 맛있고 담백했던 생선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구 한 마리를 잡으면 얼마나 벌까’를 생각할 수도 있고,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대구를 잡기 위한 어선의 감가상각과 기름값, 어부들의 임금을 고려하면 대구 몇 마리를 잡아야 손익분기점일까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깊게 들어가는 경영학도라면 어부들을 어떻게 동기 부여해야 피곤하지 않고 더 많은 대구를 잡을 수 있을까? 또는 과연 만족한 어부가 대구를 많이 잡을 수 있을까? 까지도 생각할 것이다.
시각을 바꾸어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대구 한 마리의 열량과 단백질, 지방, 비타민의 함량이 얼마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몇 번을 먹어야 영양소의 균형이 맞는지를 생각할 것이다. 또 조리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대구를 어떻게 하면 더 맛나게 하여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게 할까를 생각할 것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어류는 생물학적으로 무엇이고 어류 중에 대구는 어떠한 범주에 속하는지 한류성 어종인지, 아니면 난류성 어종인지를 생각할 것이다. 수산자원학을 전공한 사람은 대구는 양식될 수 있는지를 생각할 것이며, 양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며 또한 공학적인 방법으로 양식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 또는 인류학을 전공한 사람은 대구를 좋아했던 바이킹이 대구를 잡기위해 쫒아서 북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고 말하며, 대구는 인류의 역사 속에도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의 교육을 생각해 보면, 학생들에게 대구에 대해 하나만을 생각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대구라는 생선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이 있는데, 전문분야의 접근법만을 고집하면서 또는 자신의 전문분야만이 최고라고 자부하면서 다양한 사고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에는 문을 닫아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질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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