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아직 가장 위대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 박은정 교수도서관 칼럼 2018. 8. 23. 16:56
우리는 아직 가장 위대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박은정 교수(동서의학대학원)
우선, 인생의 마침표 하나를 찍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올 여름은 덥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해서 밖에 나가기가 무서울 만큼 뜨거워 체력의 한계를 느끼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더위를 먹은 듯 매우 힘든 날을 여러 번 보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아침 출근 길에 조금 시원한 느낌이 들어 바깥 온도를 보니 28, 9도, 생각보다 온도가 높았습니다. 초여름에 28, 29도 하면, 분명 덥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40도에 가까운 날씨를 견디고 나니 이상하게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자라면서 사랑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이해 하고, 자신을 가꾸어가며 성숙한 사회인으로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 때 우리는 세상을 탓하기도 하고, 타고난 운을 탓하기도 합니다. 실패가 두려워 쉬운 길만 찾아 기웃거리기도 하고, 내 스스로 찾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길을 찾아 달라고 매달리기도 합니다.
여러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에디슨은 전등을 발명하기 위해 십만 번 이상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는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하려는 일에 대한 절실함과 진정성에 있습니다. 실패 자체는 결코 실패가 아닙니다. 진정한 실패는 지난날의 실패를 잊는 것입니다. 실패의 이유와 아픔을 똑똑히 기억한다면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고통스런 상황이 종료될 때가 아니라 고통의 의미를 인지할 때 입니다. 고통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면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닙니다. 처음 빗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는 빗속을 걷는 것이 두렵지만, 비에 흠뻑 젖으면 비는 더 이상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게 되는 것처럼, 무언가에 온몸을 던지면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도 마음도 편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깊은 고통 속에서 얻은 지혜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항해하는 배보다 정박 중인 배가 더 빨리 망가지는 것처럼 몸도 마음도 멈춰 있을 때 더 많이 손상됩니다. 항해하는 배가 정박 중인 배보다 더 아름답듯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사람이 더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혹, 어느 순간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앞으로 걸어가야만 하는 여러분만의 이유를 찾으십시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때 진정한 성장과 성숙이 이루어집니다. 나만 혼자 너무 멀리 돈다고 애태우지 마십시오. 괴테는 <파우스트>를 스무 살에 구상해 여든두 살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겪을 것은 반드시 겪어 봐야 합니다. 멀리 돌아야 많이 볼 수 있고, 많이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씨를 뿌리면 열매를 얻습니다. 하지만, 생각의 씨가 바로 인생의 열매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씨와 열매 사이에는 반드시 겪어내야만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힘든 순간을 견디며 꾸준히 모를 심다 보면 어느 순간 논 전체가 초록으로 변해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어서 모든 면에서 좀 더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셨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저는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에게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의무가 없었다면 책임감이 없었다면, 독성학자로서의 꿈과 연구에 대한 갈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 안에서 잠자고 있었을 겁니다. 결국 제 인생의 짐은 저를 독립된 연구자로 성숙시킨 귀한 선물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여러분 자신보다 여러분을 더 끔찍이 사랑하고 여러분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고 걱정하는 가족과 동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되어도 못되어도 늘 지켜주고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 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하려는 일이 힘들고 어려워 보여도 즐겁게 할 수 있고, 진정으로 하고 싶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시작하십시오. 시작하는 그 순간, 길이 보이고 세상이 여러분을 돕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 완성이란 없습니다. 끝없는 최선이 있을 뿐입니다. 완성된 불안한 삶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아름답습니다. 변화가 두려워 자기 자신만의 성을 쌓고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사람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여기 계신 거의 모든 분들이 대학원 생활 동안 인생의 마지막까지 가지고 가실 기억에 남는 사건 하나씩은 겪으셨을 겁니다. 연구실이라는 특별한 공간 속에서 고통도 행복도 기쁨도 슬픔도 느끼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오늘 이 순간 여러분은 마침표 하나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노래는 아직 부르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순간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고, 사랑 받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작은 실천이 어제의 큰 꿈보다 중요합니다. 미래는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 결정합니다.
국제캠퍼스 사색의 광장에는 ‘정지, 정판, 정행, 바르게 알고, 바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행동하면 불가능은 없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십시오. 꽃을 피우고 싶으시면 뜰에 나가 나무를 심으십시오. 자신의 나무를 심지 않는 이상 언제나 다른 사람의 꽃을 바라보는 사람일 뿐 꽃을 피우는 사람은 될 수 없습니다. 시작하기 좋은 때란 언제나 지금입니다. 처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작하고 길을 찾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원하던 삶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꽃과 잎, 비와 바람, 해와 달도 모두 자신만의 역할이 있듯 우리에게도 태어난 이유가 있고, 그 일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이 세상을 한 뼘씩이라도 아름답게 해야만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시는 일이 작고 보잘것없는 일일 수 있지만, 그 일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로인해 그가 행복해진다면 여러분은 삶의 가장 의미있는 세계를 누리는 것이며 동시에 우주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십시오.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주십시오.
그 촛불이 다 타기 전에 여러분의 꿈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저 또한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그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2018년 8월 22일 졸업식축사 교수 박은정
(※ 박은정 교수의 동의를 얻어 게재함.)
'도서관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차 산업혁명과 파괴적 교육혁신 - 중앙도서관장 김한원 (0) 2019.02.26 합리적 선택과 선택에 대한 비용 - 중앙도서관장 김한원 (0) 2018.11.27 빅데이터 활용, 데이터 리터러시 -중앙도서관장 김한원 (0) 2018.05.29 블록체인(Blockchain) 혁명: 공유성, 직접성, 참여성, 투명성 - 중앙도서관장 김한원 (0) 2018.03.05 ‘The day after tomorrow’의 교훈 - 중앙도서관장 김한원 (0) 2017.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