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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남녀평등은 무엇인가? -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고찰하며
    경희인의 서재/사서가 펼쳤던 책 2019. 2. 25. 17:09


    82년생 김지영. 우리나라에서 출판 된 이후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도서 중에 하나이며, 최근 영화화가 될 정도라고 하니 82년생 김지영의 영향력은 상당히 큼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한 파장은 책을 읽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읽어보게 하는 재주를 지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작가 조남주는 이 작품을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살아 왔는가에 대한 그 단상을 그려내었다.

     

    우선 주인공 이름 자체부터 흔하다. 김지영. 작가가 그린 김지영이란 인물은 3살 많은 남편과 딸아이 하나를 두고, 24평형 전셋집에 사는 이 시대의 평범한 여성이다. 독자들이 느끼기에도 김지영 이란 인물은 요즘 우리 주변에 있는 여자인 사람들 중에 굉장히 닮아있으면서도 겹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김지영 뿐 만 아니라 그의 남편 정대현도 평범한 가장으로 나오는데, 이런 인물특징은 이 소설이 특이한 면 보다는 보편성을 강조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내용은, 김지영이 육아를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진다. 빙의와 같은 현상을 보이는데, 어느 날은 자기 여자 선배로 변하는가 하면, 또 어느 날은 본인의 어머니로 변하기도 한다. 이것은 작가가 빙의라는 현상을 통해 김지영이란 인물. 즉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평범한 여성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명절 때 힘들었니?” 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갑자기 김지영씨가 본인의 엄마로 분하여, “사부인, 우리 지영이가 많이 힘들어요.” 라고 하는 대목, 그리고 남편에게도 명절연휴 동안 시댁에만 있고, 처가는 잠깐 들렀다 오는 거냐며 따지는 대목. 이 대사들을 보니 명절만 되면 며느리들이 많이 겪는다는 명절증후군이 떠올랐다. 나는 명절 때 시댁에서 전 부치고, 차례 상 만들고, 손님맞이 하느라 정신없었던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잔존하는 명절증후군과 그 스트레스는, 물론 남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여성들에게 더욱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까 생각한다. 이것은 좀 먹어가는 성적 불평등을 여실히 보여주는 가장 보편적 예라고 할 수 있겠다. 

     

    , 책 내용 중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이야기는 김지영 씨가 할머니의 남아선호사상 으로 인해 어렸을 적 남동생 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김지영 씨의 어머니는 아버지처럼 정해진 직장을 가지고 출퇴근하지는 못했지만, 아이 셋을 돌보고, 노모를 모시고, 집안 살림을 온전하게 맡아 책임지면서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쉼 없이 하셨다. 또 김지영 씨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 돈 벌어서 오빠들 학교 가는 데 돈을 보탰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 어머니 세대는 그랬다. 가족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해야 했던 희생을 삶에 무게로 지녀야 했었다. 그러나 소설 속 대사 중 김지영 씨의 어머니 오미영 씨는 이 모든 게 본인의 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은 흔치 않을 것이며, 내가 보았을 때 소설 속 김지영의 어머니인 오미영 처럼 김지영은 그렇게 당당하거나 용감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이런 수많은 여성차별이나 여성혐오에 대해 김지영은 왜 속으로 삭이고 말하지 않았던 것일까? 왜 자기 목소리를 잃고 빙의하여 남의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일까? 그건 과거 어머니 세대나 김지영과 같은 세대들의 여성들이 그런 부분에 있어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동안 이 모든 게 당연시 되어 살아왔다. 그러나 현재 여성들은 조금 다르다. 여성부가 출범하였고, 소수의 목소리들이 이제는 대다수의 목소리로 울려 퍼져 나가고 있다. 그게 페미니스트라는 용어가 널리 보편화되면서 생긴 현상인데, 문제는 초기에 생긴 페미니스트라는 개념이 변질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페미니스트를 비하하고, 여성 또한 한국남성을 같이 깎아내리는 사회 풍조가 만연해지고 있다. 이게 남녀 성 대결 구도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지만 내가 보았을 때에는 우리 사회는 성적 불평등에 대해서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모하려고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1번이고, 여자가 2번부터 시작하는 번호 매김, 무조건 남자가 시작이고, 남자가 먼저인 것이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행태. 주민등록번호는 남자는 1,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들을 보면 으레 정해진 성 역할이 있는데, 이런 세습적인 성역할을 타파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82년생 김지영의 에피 중에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내용 중 하나는 김지영이 회사를 다니다 아기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는 여성으로 나온다. 우리나라 여성에 대한 보편성을 목적으로 하는 소설에서 육아는 왜 여성만의 전유물인 것 같이 그려내었는지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육아는 왜 여자가 전담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파생된다. 육아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성, 즉 남편과 함께, 같이 해야 하는 하나의 공동작업 이나 다름이 없다. 육아는 돕는 것이 아니다. 함께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소설 속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아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소설은 우리 주위에 아이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육아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혹은 꿈을 중단해야 하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육아에 대한 사회제도적인 개선과 혹은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야 함을 일침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렇게 여성차별과 여성혐오에 제대로 발언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김지영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 역시도 김지영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씁쓸했다.


    이 책을 읽은 직후 나의 감상은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봉착하였다. 요즘 사회는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로 인해 남녀 성 대결의 구도로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소설로 인해 페미니스트는 왜 화두에 오른 것인지를 좀 더 생각해보고, 우리가 단지 여성에 대한 차별만을 논한다며 비판할 게 아니라, 왜 페미니스트라는 개념이 생겨났는지를 좀 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 대해 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과 고려, 그리고 해결점을 찾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과연 82년생 김지영이 시사 하는 건 무엇일까? 단순히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그만하자는 메시지일까?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남녀가 좀 더 평등하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이 소설의 궁극적인 메시지이자,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한 남녀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더 궁리하여 제도적으로 또 인식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중앙도서관 김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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