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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조절"_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경희인의 서재/사서가 펼쳤던 책 2019. 10. 31. 15:01
요즘 나는 뉴스나 인터넷을 볼 때마다 내가 분노조절장애인가 싶을 때가 있다. 또는 글을 쓴 상대방이 그렇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일베나 워마드로 대변되는 각종 혐오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 또는 박탈감 등을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채, 온라인으로 마구 쏟아내는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무서웠다. 정말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느껴지는 혐오와 분노의 정서가 걱정스럽다. 문득 더 이상 이런 비정상적인 정서, 감정이 나와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도록 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상처받지 않고 다른 사람과 사회를 배려하며 대할 수 있도록 감정을 조절하고 정상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중략) 자신의 몸이 왜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지, 왜 특정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왜 이상한 생각이 떠오르는지 이해하게 되었을 때 안심하고, 자신을 비난하지 않게 되고,
죄책감에서 해방된다.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되면 뭔가 해 볼 수 있겠다는 느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고…”
ㅡ 본문 중에서
적어도 이 책은 내 정신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무작정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이 책에서 감정조절이란, 내가 외부의 자극을 무디게 느끼고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여 좋은 감정 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느끼지만 그에 압도되거나 휩쓸리지 않는 상태라고 말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는 감정조절의 개념과 근원, 감정조절의 결과로 나타나는 애착유형,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이 국민의 감정조절 능력에 미친 영향, 감정조절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을 차례로 이야기하며, 나에게 나의 감정과 반응 행동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중략) 사회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파악하고, 가감없이 사실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명확히 파악해 내고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그들의 희생을 보상해 주고, 가해자는 엄중히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현실 변화의 노력을 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감정조절의 원인이자 배경이 되는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안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이런 안전감이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대물림된다는 점, 국가가 사회적 재난 상황일 때에 대처하고 다루는 모습이 당사자와 주변에게 트라우마를 줄이고 쉽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 책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인 것 같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경우, 유가족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본 국민들이 아직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온 것 같지 않다. 아마도 사고의 원인과 의혹을 제대로 조사해서 알려야 함에도 은폐하고 조사를 방해한 것, 그리고 제대로 사과하고 공감해 주지 못해서인 것 같다. 게다가 요즘 검찰에서 한 가족을 난도질하고 있는 상황을 거의 중계하다시피 하고 이를 모든 국민이 지켜보면서 이 또한 국민들에게 트라우마가 되고 있다. 외부 공격이나 재난 상황이 되면 각자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면서 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하고 집중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이 공격이 국민 개개인의 방어기제를 발동시켜 길거리로 나서서 외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더불어 어릴 적 감정조절의 경험이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가에 대해서 살펴보면, 역사적 맥락에서 부모의 트라우마가 대물림되어 제대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과도한 혐오와 이기적으로 정서 반응을 나타내는 일부의 현상에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이런 행동들이 또 다른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만들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중략) 감정 조절을 잘 하려면 감정이든, 사고든, 몸이든
지금 나에게 가장 가능한 매개체를 파악하고
이를 먼저 변화시켜서 다른 두 가지가 따라 변할 수 있게 하면 된다.”
ㅡ 본문 중에서
마지막 장에서는 나를 지키는 감정 조절 방법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내 몸속 행복 호르몬이 좋은 습관을 통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내게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와 기댈 수 있는 대상을 상상하고, 심호흡과 근육을 이완하는 연습을 하며 잘 자고, 잘 노는 것과 같은 일들이다. 처음 질문에 대해 이 책이 완전한 해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가 평범하게, 건강하게 나와 주변을 대하도록 작은 길과 희망을 준다.
장소영 (중앙도서관 학술연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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