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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의 진화 과정과 보편적 복지 - 중앙도서관장 김 한 원
    도서관 칼럼 2019. 8. 28. 08:51

     

     

    오랜 세월동안 유럽이란 의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구분하는 말로 문명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었다. 유럽은 동방(중동지역)이 자신의 서부지역을 바라보는 지리적 개념이다. 이러한 생각은 로마제국에 와서도 계속 이어진다. 로마제국은 유럽제국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세계제국인 것이다. 그리고 로마제국시기에 이미 유럽이 문명적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라틴어, 도로, 도시문화, 농업형태 등이 유럽만의 특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이 본격적으로 다른 지역과 구분된 단일 문명권으로 인식되고 고유한 정체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기독교의 전파에서다. 결국 유럽은 보편적 기독교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고 세계는 기독교와 비기독교 지역으로 나뉜다.

     

    유럽은 19세기로 넘어오면서 끊이지 않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삶에 대한 대안으로 영구평화 즉, 통합된 유럽을 갈망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전쟁은 유럽인들에게 유럽이념에 대해 다시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된다. 이에 따라 유럽인들은 민족국가체제에 대한 회의를 갖고 유럽을 항구적인 평화로 이끌 계획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유럽의 항구적 평화가 유럽의 통합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통합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현재, 28개 회원국에 5억 명의 인구를 갖는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연합이 되었다. 질적인 측면에서의 유로화(현재 19개국)가 회원국화폐로 대체되고 유럽헌법 조약 최종합의에 의해 하나의 유럽을 대표하는 대통령(집행위원장)이 선출되었다. 평화를 지향하는 하나의 유럽으로 진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럽 통합의 역사를 살펴보면 10여년의 주기로 통합 관련 위기가 있었고 이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있었다.

    최근, 유럽 회원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위기는 근원적으로 남유럽국가들의 복지병으로 인한 재정위기가 그것이다.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통합이 더 가속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할지 혹은, 통합이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유럽 통합은 지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위기가 있을 때마다 그들은 어떤 돌파구를 찾아서 통합을 더욱더 심화시키는 전략을 펼쳐왔다.

    한 동안 회자되었던 스웨덴의 경험에 답이 있었다. 고 부담에 의한 고 복지 체계는 사회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조기 퇴직이 늘어나는 등 복지 병이 그것이다. 이를 치유했던 방안은 강력한 재정준칙에 의한 중앙정부의 지출한도 설정으로써 지방정부의 균형재정을 의무화하는 것이었다. 전 국민이 대상이던 기초연금도 폐지하고 연금제도는 낸 만큼 받아가는 제도로 바꿈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알려진 스웨덴의 경험이다.

    독일도 복지병을 앓던 국가였다. 실업이 발생하면 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의 반 이상이 실업수당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았다. 자연이 실업수당 규모는 더욱 더 불어나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민당의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을 수술대에 올렸다. 실직 후 1년이 넘은 실업자의 실업수당을 삭감하고, 연금 지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상향시켰다. 노동조합도 스스로 임금을 동결했다. 이로써 기업은 이윤이 발생하고, 정부의 세수도 늘어났지만 전반적인 임금 인상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실업률이 낮아지고 세수가 증대되면서 재정은 더욱 튼튼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사민당의 슈뢰더 전 총리는 복지 축소정책으로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잃고 정권을 내주게 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철학 때문이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 정치인의 정도라는 신념이 정치권력보다 우선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뿌린 정치 정도의 과실은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가 누리고 있다.

     

    유럽의 복지 병이 내년에 있을 총선에서 우리에게 옮겨 붙을까 걱정이다. 그리스의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40%에서 100%에 걸린 기간이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경기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필요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의 건전성도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슈뢰더가 뿌린 고통과 인내의 씨앗은 그가 퇴임한 후 메프켈에게는 풍요로운 열매로 돌아왔다. 복지는 국가를 살리기도 하면서, 동시에 국가와 사회를 장기적으로 죽이기도 하는 양면의 칼이기 때문이다.
    EU의 진화 과정과 복지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장 김 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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