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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 MZ세대와 기성세대-송재룡(중앙도서관 관장/사회학과 교수)
    도서관 칼럼 2021. 8. 31. 10:45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 MZ세대와 기성세대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중앙도서관 관장)

     

     

    세대갈등은 편재하는 현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성세대는 줄곧 젊은이들의 버릇없음과 게으름을 탓해 왔고,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사고방식과 행태를 고루하고 한물간 유물쯤으로 여기면서 조소하고 경원(敬遠)하는 경향들이 있어왔다. 생애주기론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첨예한 세대간 갈등은 주로 청장년기와 중노년기 단계에 속하는 연령 집단 간에 나타난다. 나이로 표현하면 각각 20-3,40대와 50- 6,70대 정도가 될 것이다.

    전자 연령집단은 요즘 MZ 세대로 불린다. 과거 XYZ라는 호칭을 변형한 MZ세대는 1980-95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그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 경에 태어난 세대를 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MZ 세대는 그 생애주기적 특성과 더불어 이 시대의 존재론적 특성을 잘 반영한다. 이 세대는 작금의 한국사회를 견인해가는 중추적 역할을 막 수행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 준비를 하는 젊은 세대로서 그 과업적 특성은 진행·활동 지향적이다. 반면에, 기성세대로 불리는 중노년기 세대는 과거70,80년대의 한국적 (돌진형) 근대화·산업화를 몸소 담당해 왔지만, 현재는 사회의 중추적 역할수행을 이미 마쳤거나 아니면 그 도정에 있는 세대로서, 현재의 과업적 특성은 정착·안정 지향적이다.

    MZ세대와 기성세대는 각각의 생애주기별 과업적 특성뿐만 아니라, 각기 성장기를 거치며 내면화한 해당시대의 지배적 가치체계와 전망체계 - 곧 세대효과 - 가 다르다는 점에서 서로 오해와 갈등의 소지가 다분할 수밖에 없다. 먼저, MZ세대는 이른바 포스트모던 상대주의 문화SNS(모바일 환경)라는 기술공간의 특징인 수평적 분산력을 복합적으로 내면화하며 성장한 세대다. 이들의 세대적 특성을 기성세대와 비교해 일반화한다면, 이들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 관념적이든 유물론적이든 - 다양성을 포용하고, 따라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취향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다. 당연히 이 경향성은 탈인간중심주의적인 특성을 드러내며, 때문에 이른바 자연(환경)이나 동물과 같은 비인간적 객체들에 대해서도 포용적또는 친화적인 경향성을 드러낸다.

    반면에 현 기성세대 일반은 이른바 유교문화 전통의 유산을 전수한 마지막 세대 군이랄 수 있다. , 이들은 6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적 근대화·산업화와 그에 따른 탈전통화와 지성화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유교적 집단경향성의 담지자로 잔존하는 세대다. 쉽게 말해, 이 세대의 사고방식과 행태에는 유교 문화전통에 뿌리를 둔 연공서열과 위계서열의 하비투스(habitus)가 비교적 강력하게 작동한다. 때문에 오래 살아 많은 것을 경험한 세대인 기성세대는 그렇지 못한 MZ세대에 대하여 가능한 한 비교우위의 위치에 서야 할 것을 스스로 기대하고 요구하는 집단적 성향을 가지게 된다. 때문에 기성세대는 ()의식적으로 자기세대의 가치기준을 내려놓지 않고 MZ세대를 향해 우리는 국가, 사회, 가족을 위해 몸 받쳐 일해 이 정도 성취했는데, 너희는 왜 그 흉내도 못 내냐라고 꾸짖는다든지, ‘너희는 왜 헝그리 정신이 없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 연장선에서 기성세대는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상황을 가리키며, 취업불황의 탓을 자신에게 돌리기보다는 정부와 기성세대에게 돌리는 젊은 MZ세대들을 향해, ‘아직 배가 불러서 그렇다고 질타하기도 한다.

    M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꼰대질MZ세대의 노동관뿐만 아니라, 특히 MZ세대의 국가사회관과 관련해서도 첨예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비교적 MZ세대들이 주축을 이루는 촛불시위 집단에 대해 반국가(사회)적 집단’, 더 나아가 빨갱이’, ‘종북좌파집단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념적 대립의 각을 세우는 과격한 표현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에 대한 MZ세대의 반론과 반격 및 비난은 더욱 더 기성세대의 과격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그 갈등과 대립의 첨예한 예가 수년전 대통령 탄핵과 더불어 발생했던 태극기집단 대 촛불집단의 구도 속에서 나타났다. 당시에는 그 과격함과 격렬함 때문에 세대 갈등이라기보다는 세대 간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물론 이 배경에도 세대효과가 작용한다. 곧 우리 시대의 기성세대가 내면화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전쟁의 경험과 그로 인한 이념적 분열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그것이다. 쉽게 말해, 이 세대들은 청년기에 동족상잔의 한국 전쟁을 직접 경험한 전쟁세대이거나 아니면 전후(戰後) 레드 콤플렉스의 세례를 받은 전후 1세대들이다. 이 세대들의 사고방식과 전망체계는 자신들의 실핏줄에까지 스며든 이 레드 콤플렉스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동족상잔의 기억과 그에 따른 이념적 신념에 기초한 상상력은 그 어떤 현실도 초월한다. 이 사실은 기성세대의 이념적 편향과 그에 기초한 반공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MZ세대의 반론과 비판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우리 시대의 세대갈등의 문제가 단지 기성세대 일반이 보여주는 이른바 꼰대질의 문제보다 더욱 복잡하게 얽히어 있음을 통찰하게 한다. 사실 기성세대의 꼰대질행태는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지게 되는 보수적 및 안정 지향적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나이효과라고도 한다. , 젊을 때는 변화와 개혁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갖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이나 점진적 변화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MZ세대의 변화와 개혁 지향적 태도를 염려스럽게 보거나 때로는 그것을 저지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오늘의 첨예한 세대갈등은 2000년대 이후 급속하게 증대하고 있는 노인인구의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오늘의 기성세대들은 과거와 같이 노인정이나 복지시설에 앉아 소일하는 노인세대가 결코 아니다. 이들은 비교적 높은 교육적 혜택을 받은 세대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낼 줄 알며, 그것이 사회적 압력으로 작동할 수 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세대다. 이것이 현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전망체계가 더욱 더 힘을 얻게 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MZ세대에게 이와 같은 기성세대의 위상은 마치 용도가 다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젊은이들을 질타하기만 하는 노회한 늙은이의 몽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첨예화된 세대 갈등. 간단히 풀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각 세대의 생애주기적 특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각 세대가 내면화한 이데올로기적 가치체계와 전망체계에 대한 각 세대 스스로의 성찰적 비판의식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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