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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TI 열풍, 어떻게 봐야 할까?-(송재룡 前중앙도서관장/사회학과 교수)
    도서관 칼럼 2022. 3. 2. 13:49

     

     코로나바이러스 역병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2~3년 전부터 젊은이들 간에 유행하기 시작한 MBTI 성격유형 테스트가 요즘은 특정 세대의 경계를 넘어 마치 문화 현상처럼 확산되고 있다. MBTI는 자기보고식 성격유형 검사 도구다. 1900년대 초중반에 걸쳐 마이어스(Myers)와 그녀의 딸 브릭스(Briggs)가 분석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최초로 고안된 이후, 7~80년대를 거치며 더욱 개선 발전되었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개인의 인식과 판단에 대한 선호 경향을 파악하여 16가지의 유형화 된 성격유형을 제시해준다.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널리 애용되고 있으나, 다른 정밀한 심리측정 지표에 비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여하튼 MBTI 성격유형에 맞추어 자기 자신(자아)의 내성 - 내면적 본성 - 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그것을 자신에게나 또는 타인에게 너무 결정론적으로 적용한다는 데에 있다. 특히 타인과 연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예컨대, ‘아무개는 ISTJ형이니까 보수적이다라든지, 또는 ‘ENTP’ 형이니까 혁신적이다라는 식으로 다른 이들의 성격이나 태도를 획일적으로 전형화함으로써 열린 소통과 상호작용을 제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마치 혈액형에 따라 겉으로는 혈액형을 결정론적으로 적용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 은연중에 남들의 태도나 말투의 의미를 그릇되게 제한하거나 과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본다. 필경 이런 결정론적 태도는 MBTI의 경우에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데, 그 주된 이유는 MBTI 체계가 분석과학적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MBTI 적용이 이러한 자기성찰이나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목적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생활 영역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예컨대, 진학 적성 유형, 남녀 간 궁합 유형이나 연애 유형, 직업 유형, 꽃 유형, 인테리어 유형, 명품브랜드 유형 등의 테스트가 그것이다.

     

     MBTI의 과도한 확산은 온라인 상업자본주의 마케팅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그 근본적 추동은 이른바 포스트모던형 개인주의 문화의 특성, 곧 개인이 영위해가는 삶의 정치학이 자아의 내성(inwardness)’에 대한 집중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과 불가분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것은 개인들이 자신의 가치평가와 전망의 구성을 위해 참고하고 의지할 만한 외재적 준거기준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들이 신뢰할 수 있고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목표)으로 개인의 자아의 차원에 집중(집착)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 관한 한 개인의 자아의 내성에의 집중 현상은 이미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자기 육체와 심리(정신)의 차원에 대한 집중(집착)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MBS라고 불리는 마음(Mind), (Body), 정신(영성, Spirit)에 대한 집중 현상이 그것이다. 왜 요즘 사람들이 다양하게 자신의 몸 가꾸기에 열중하고, 요가나 명상 코스에 등록해 마음(영성)의 수준을 고양시키려고 하는지에 대한 배경이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활 상담심리학 서적이나 코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그 관련 영역 전문가들의 줏가가 높게 치솟는지에 대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여하튼 MBTI 성격유형 테스트의 확산은 이처럼 자아의 내성차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포스트모던 개인주의 문화의 실존의 주요 단면을 반향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경우, MBTI 테스트 확산의 또 다른 배경에는 이 MBTI 테스트를 통해 유추된 성격유형이라는 답(answer)을 일종의 역술가의 점괘처럼 여기고자 하는 문화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MBTI에 대한 의존이나 집착이 마치 사주타로 카페나 심리 카페와 같은 유사 점술 체계의 또 다른 버전처럼 작용한다는 것이다.

     

     만일 MBT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나 집착이 우리 사회의 점술 문화의 경향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염려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그 MBTI의 값(성격유형)을 부지불식간에 몰사회적이고 몰역사적으로 적용하려는 경향성이다. MBTI에의 집중이 이 문화적 경향성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때, 그 해석학에는 한 개인의 삶을 값지게 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도덕적 심오함이나 질적 가치판단에 대한 언어가 작용하지 않게 된다. 요약해, 한 개인의 자아의 내성에의 집중을 위한 한 방편으로서 MBTI에 대한 의존이나 집착은 결코 그 개인의 성찰을 자동으로 담보하지 않는다. 이것은 포스트모던 개인주의 문화가 갖는 또 다른 아이러니 또는 이율배반을 보여준다.

     

     

     

    송재룡(前 중앙도서관장/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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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 서울캠퍼스